펭귄 뉴스는 좀처럼 한국에선 보기 힘든 SF적인 공상 소설입니다.
물론 이 소설을 SF로 분류하는 건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SF라는 느낌을 받은 건 마치 공대생이 쓴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기계적인 소품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극소형 라디오, 발명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해커, 이상한 전파 방해 칩 등.....제가 처음에 이 소설을 서점에서 슬쩍 보고 느꼈던 신선함은 이런 소재들이 중심에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단편 및 중편들로 이루어진 글 자체는 작가가 뭔가 말하고 싶다는 것이 느껴지는 정도에서 끝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그 메시지가 확실하게 읽히지 않는군요-__-a 아무래도 지나치게 발전된 기술을 경계 하는 듯한 이 소설은 그 기술로 밥을 먹고 살아야 할 운명에 놓인 제겐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당돌한 상상력이나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고 결말도, 메시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그런 부족함이 조화를 이룬 느낌이랄까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작가가 정말 자유롭게 썼다는 느낌은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신 치바. 이 소설은 원래 장편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이야기의 시작인 어느 에피소드로 단편부문에서 상을 수상해 그 뒤의 이야기를 꾸민 것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에피소드가 확실한 결말을 짓고 있으며 최종 에피소드도 계산된 듯한 결말을 내고 있죠.
언제나 비를 몰고 오는 사신,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음반점에 몇 시간이고 있는 사신, 지목된 상대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동행하며 머무르는 사신.
그 외에도 기타 등등 정말 '일본 답다'라는 감상이 절로 나올 정도로 어딘가 어느 만화에서 본 듯한 흔한 설정이 넘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번역본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묘사가 너무 시각적이고 즉흥적이라 오히려 만화 시나리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만듭니다.
이것은 단점이면서도 장점이 아닐까요? 왜냐면 저는, 그것은 결국 쉽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고 쉽게 읽히는 것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가 담아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또 시각적인 표현을 쓰고 있기도 하고...ㅡ,.ㅡ후후
얼마 전에 게임, 파이널 판타지12가 나왔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에이스컴뱃 제로도 나왔고요. 뜬금 없이 이 게임들을 얘기하는 이유는 이 게임들이 유난히 해당 게임 시리즈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많이 자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널판타지12는 본편의 시나리오보다도 숨겨진 요소들에서 대대로 명작 시리즈라는 파이널 판타지 전체의 시리즈와의 연계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드 게이머들은 스토리가 욕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즐긴다고 하더군요. 에이스컴뱃 제로도 마찬가지로 이전 시리즈와의 연계점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했죠.
사신 치바도 한 권이라는 짧은 분량 속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된 이야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여 시간의 경계를 훌쩍 넘고 있으며, 수명에 자유로운 '사신'이라는 주인공의 존재가 그것을 유기적으로 잘 이어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다 읽고 나서 계산된 엔딩이라는 느낌도 받았고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사신 치바가 좀 더 재미를 느끼기엔 좋았습니다. 별 다른 계획 없이 확실치 않은 끝은 맺는 펭귄 뉴스의 이야기들보다는 좀 더 아귀가 맞는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도 읽고 나서 대단히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당시 본문, 무라카미 하루키, 재 도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 때도 지금 펭귄 뉴스와 비슷하게 확실치 않은 결말에 허무함을 느끼고, 그 전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사실에 분개해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요컨데, 제 타입이 아니라 이거죠.
그런 면에서 펭귄 뉴스 또한 살짝 실망입니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독특함과 발랄함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반면에 의외로 진부한 아이디어의 사신 치바는 잘 마무리 되어서 좋고요.
어쨌든 두 권 모두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거 정말 위대한 대추천 목록이다 -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시간이 아깝다는 말이 나오진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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