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했습니다. 맥월드 2007에서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를 통해 그 모습과 기능이 소개되었죠. 덕분에 온 세계의 블로거들이 들썩였고 친 애플 파는 물론, 반 애플 파의 의견까지 모두 난무하며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저는 일부러 곧바로 포스팅을 올리지 않고 조금 딜레이를 줘봤습니다. 그냥 좀 생각해볼 것이 있어서 말이죠.
일단, 놀랍습니다. 겉 디자인은 애플답게 충분히 예상 했던 수준으로 심플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인터페이스는 놀랍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런 기능이 된단 말이야? 라는 것 보다도 참 부드럽다! 라는 것에 놀랐죠.
놀랍긴 한데, 다른 블로거들 처럼 그렇게 열광되지는 않네요. 아직은 불안 요소도 많이 있고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는 정확한 근거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좀, 뭐랄까.......08년 출시라는 건 너무 먼 느낌?
사실 뭐.......감상은 이 정도이고, 아이폰을 보고 정말로 느끼게된 점은 따로 있습니다.
저는 현재 노트북을 사용 중입니다. 핸드폰을 따로 가지고 있으며, MP3 플레이어도 별도로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PDA를 사용 중이었습니다.
그 PDA가, 이번 아이폰을 보고 다시 떠올랐습니다. 제가 봤을 때, 아이폰은 이미 죽어가고 있는 PDA에 대한 공개적 멸종 선고나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PDA가 현재 어떻습니까? 암울함, 그 자체입니다.
몇 년 전 SONY의 PDA 사업 철수, Palm의 회사 분리, 델의 PDA사업 철수 등등......이미 현재 시장에서 살아남은 회사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Palm ONE 과 HP 정도?
오피스용으로는 PC보다 절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기능을 가졌고, 전화기로 쓰기엔 핸드폰보다 부담스럽게 커다란 크기, 그리고 PMP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멀티미디어 기능.......게다가 그런 단점들을 충분히 만회시키지 못할 정도로 비싼 가격!
더욱이 핸드폰의 고성능화와 PMP의 대중화로 PDA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게 가속화 됐고, 심지어는 비싼 PDA살 가격으로 좀 더 기능적으로 뛰어난 저렴한 노트북을 살 수 있는 사태까지 와버렸습니다.
뭔가 PDA만의 독특한 매력이라는 게 거의 다 사라져버린 것이죠.
네......PDA는 IT 기기 역사상 단 한번도 뜨지 못하고 사라지는 또 하나의 비운의 기종이 되어가는 중인 겁니다. 이렇게 암울하고 어정쩡한 PDA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 것이 바로, 아이폰입니다.
어쨌든, 아이폰을 애플이 만드는 핸드폰이라는 의미만으로 해석하면 뭔가 모자라는 느낌입니다. 단지 우연찮게 애플이 먼저 발표를 했을 뿐, 현재 존재하는 모든 핸드폰 회사들이 생각하는 핸드폰의 미래상이 바로 이런 형태일 겁니다. 멀티미디어 지향, 광범위 통신 서비스, 인터넷 등등.......
즉, 지극히 평범한 핸드폰의 이상향으로 가는 한 정확한 길목에 아이폰이 서 있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그것은 이전에 핸드폰과 PDA가 그나마 서로 분리해서 가지고 있던 특징들이 핸드폰에 모두 흡수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제 스타일대로 말하면 핸드폰이 PDA를 완전히 먹어버린 꼴이랄까요?
하지만 핸드폰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비롯한 미래의 핸드폰들이 이렇게 넓은 화면과 다기능을 포함하면 하게 될 수록, 다른 포터블 기기들도 핸드폰에 시장에 빼앗길 위협을 받게 될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PDA 이후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는 또 하나의 희생양은 바로, 'UMPC'입니다.
(이미 PMP의 멀티미디어 특화성 기능은 일부 핸드폰에서 구현되어진 상태이고 아이폰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OS X를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반 OS 자체가 일반 애플용 컴퓨터에서 쓰는 그것입니다. 이런 추세가 확산되면 앞으로 경쟁사를 통해 MS의 윈도우즈 XP, 혹은 윈도우즈 비스타가 내장된 핸드폰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식으로 핸드폰이 PC의 OS까지 받아 들이게 되면, PC의 기능 대부분을 수행하게 될 것이고, 이는 UMPC의 존재 이유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 UMPC는 어떤가?
일단 비쌉니다. 100만원을 가볍게 넘나들죠. 그리고 크기도 어정쩡 합니다. 노트북보단 작지만 PMP보단 큽니다. 성능면에서도 노트북과 PMP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를 잡고 있습니다. 덕분에 어떤 용도로 사용해도 100%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한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 할 수 있지만 어느 하나 완전하지 못하죠.
연상이 되십니까? PDA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습니다.
계속 가벼워지는 노트북과 비교해서 이제 차이도 그다지 나지 않습니다. UMPC들 중 무게가 좀 나가는 것들은 약 0.9kg 수준인데, 이미 이 정도 무게의 노트북은 시중에 나와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도 UMPC가 그다지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도 볼 수 있었죠. 더욱이 UMPC 출시 초기 이후로 UMPC에 대한 뉴스는 접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UMPC만의 특징적인 매력이 그다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 자체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기존의 고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고 가벼워지는 노트북, 그리고 원래 작고 가벼운 휴대성을 가진 핸드폰의 고성능화 - 그 사이에 끼어있는 UMPC는 이전의 PDA와 마찬가지로 점차 시장성을 잃게 되어버릴 겁니다. 가장 모호한 편이었던 '휴대폰의 고성능화'라는 것도 아이폰의 발표를 통해 가능성과 방향성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핸드폰 시장의 경쟁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겠죠.
멀지 않은 시간 내에 포터블 기기는 핸드폰과 노트북만 남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아이폰덕분에 그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오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아이폰의 예상 출시 시기와 이번 발표에 대한 반응들을 슬쩍 보면, 불과 1~2년 내의 일이 될 지도 모릅니다.
즉, 저는 아이폰의 등장이 핸드폰의 위치가 한층 더 빨리 격상될 수 있는 촉진제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견해를 가진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일단 한국에 들어온다면 구매를 망설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아이폰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 - 이걸 지켜보는 것 자체도 굉장히 즐거울 것 같습니다 :)
덧)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의 사견이므로 구체적인 기술적 설명이 빠진 건 양해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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