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정환경은 건전하고 행복한 편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지금 내 상태는 전적으로 내게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 나 탓이라고 삭히기엔 조금 억울하다. 누군가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이상하게 조정하고 있지 않는 한 이렇게까지 꼬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난 그 누군가가 10년 전부터 계속 거슬려왔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서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으며 얼굴조차 모르지만 영 신경 쓰이는 불쾌한 자임에는 틀림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말은 참 짜증나는 말이다. 난 지금 당장 내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외로워서 생기는 부작용을 비참하고 찌질하게 더 만끽하기 전에 말이다.
그래, 분명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그 말도 그 자가 만들어내 유포한 유언비어임에 틀림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간이 제대로 해결해 준 건 별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나 개인의 스펙을 몇 단계 올려놓는 일에는 성공을 했다. 나 자신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힘들여 노력하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면 취업은 잘 됐다는 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말이지.
그런데 그 이후로 모든 것이 잘 풀릴 줄 알았던 내 인생은 여전히 한 구역이 empty 상태에 있다.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빈 공간에서 오는 허전함과 더위를 싫어하는 체질에서 오는 피로가 겹쳐서 극도의 무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무력감은 나 자신에 대한 짜증을 불러 일으키고, 그 짜증은 도로 무력감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날씨는 날이 갈 수록 더욱 더워지고 있다. 무슨 악순환의 고리가 이리도 잘 만들어지는지.
하늘을 봤더니 너무나도 맑다. 너무나도. 순화된 표현으로 '너무'라는 말을 썼을 뿐, 속으로는 욕을 하고 있다.
지금 나는 이렇게도 맑은 하늘 아래 어디에도 갈 수 없고,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내 곁에 있는 건 빌어먹을 '그 자' 뿐이다. 제발 좀 어디론가 꺼져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질리지도 않고 내 옆에 붙어있다. 나로서는 이제 질리다 못해 지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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