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여유 시간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아무런 계획도 없고 단지 몸을 쉬고 생각을 하기 위해 여유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홀로 고립되며 마음을 정리하기엔 더 없이 좋은 기회이지만 그 마저도 어쩔 땐 귀찮기도 하다.
멍 하니 낭비하는 시간. 그런 시간을 나 같은 사람은 여유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낭비라고 부른다. 그런 관점의 차이는 물이 반쯤 차 있는 물컵을 두고서 서로 다르게 말하는 것과 다름 없지만, 미묘하게도 난 그렇게까지 긍정적이진 않다. 나는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말하기 때문에 여유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여유 중에는 정말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사람이 홀로 좁은 공간에 있다는 건 정신적인 면이 극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와 관계되어있던 모든 사람에게서 떠나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게다가 더욱 심한 건 내 육체에서도 관심이 떠나 오로지 내 마음과 생각에만 신경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오늘같이 가을 비가 애처롭게 내리며 달궈졌던 공기를 차갑게 식혀버리는 날이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과도 같은 불안이 올라온다. 여유의 시간은 여유임과 동시에 정신력이 다투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다소 모순적인 이야기가 됐다. 정신력이 극도로 소모되는 시간이라면 여유라고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간은 정말 어쩌면 낭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은 유쾌하게 뒤집어서 보자. 때로는 세상 모든 괴로운 일도 뒤집어서 보면 즐거운 면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홀로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판단의 기준은 단지 자기 자신에게서 밖에 나올 수 없는데 그 기준이 일반 사회 보편적인 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문을 열고 뛰쳐 나가 옥상에서 고함을 내지르며 다이빙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 어느 물리적인 현상보다도 빠르게 분열 및 확산되며 그 어느 랩퍼보다도 빠른 비트의 말을 수 없이도 오가게 하는 '생각'이라는 폭풍 안에서 나 자신을 가다듬고 억제하는 것은 나름대로 유용한 수련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성직자가 우러러 받들여지던 시대도 아니고 하니, 그런 정신적인 수양은 지금과 같이 10년지기 친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한 방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사회라는 시스템을 맛 본 사람은 그 사회의 일부가 계속 되는 것을 하나의 기쁨으로 알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 홀로 무언가 이루는 것 같다가도 문명의 이기와 사람의 목소리로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이런 현상 또한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Text Cre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습작] 기록사 (10) | 2008/09/16 |
|---|---|
| [구상단계] 그 어느 어두운 날의 바람소리(가제) (6) | 2008/04/28 |
| 새 학기를 위한 공백을 지나고 (4) | 2007/09/02 |
| 슬럼프 (2) | 2007/07/12 |
| [단편] 할루서네이션 컨셉 단편02 (0) | 2007/04/21 |
< Tweet this post with [retweet] butt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