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존재를 깨달은 것은 합숙 연수 중, 룸 메이트가 켠 TV에서 마침 뉴스가 나오고 있을 때였습니다. 신간 소개 코너였는데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 없는 SF 소설이 유명한 작가들의 단편집 형태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연수를 수료하고 오늘 서점에 가서 덥석 집어 들어 사왔습니다. 생각보다는 저렴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책 여기저기에 드러나는 게 안타깝지만........
제가 아는 SF라는 것은 대부분 '막장'을 달립니다.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미묘하게 극단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삐뚤어짐이 매력인 장르죠. 뭐, 예외도 많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단편들도 그런 측면이 좀 있습니다. 원색적이고 파괴적이며 의미를 담아내려 한 흔적이 보이는 글들입니다.
스포일링을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책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사실 저는 책 내용보다 이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F 장르 자체가 토종의 명맥이 응급실 중환자보다 더 위태롭다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척박한 가운데 이런 책이 나왔다는 건 대단한 용기이자 무모한 도전인 거죠. 이 책이 정말 잘 팔려서 한 순간이라도 베스트가 된다면 한국에서의 SF 장르 소설이 가능성을 보이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다면 이 이후의 이러한 굵직한 시도는 기대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서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온라인에서의 배타적인 커뮤니티로 뭉쳐있는 SF장르가 용기를 내어 외부로 나와봤다는 것 자체만으로 양날의 검을 선택한 상황입니다. 히어로 유닛과도 같은 스타급 작가들이 애써 뭉쳐 나온 이 책마저 실패한다면 SF장르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릴 겁니다. 어쩌면 더 깊이 가라 앉아 버릴 지도 모르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도가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앞으로 이 단편집에 참여한 작가들과 관계자들이 세상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식 SF와는 분명히 다른 맛을 가진 한국의 SF의 독특한 맛을 느끼고 싶으신 분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