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소설책을 봤습니다. 제목은 점퍼. 물론, 이 소설을 알게 된 경위는 영화를 통해서 입니다.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올 초에 등장했던, 독특한 비주얼이 인상적인 영화죠. 너무 보여주는데 치중해서 정작 스토리텔링은 빈약했다는 전형적인 평을 받긴 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알고 나서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미 스포일링을 다 당하고나서 책을 보는 건 일단, 재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점퍼는 원작과 영화가 같은 소재만 다루고 있을 뿐, 완전하게 다른 이야기를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점퍼 : 순간이동은 이후에 쓰여진 리플렉스(국내에 안 들어 왔습니다)와 하나로 묶이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이 두 편의 연작 소설이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 기반이 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우리나라에 점퍼2 : 그리핀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들어온 것은 사실, 2편이 아니라 3편이라고 해야 될 것입니다.
말 나온 김에 추가로 더 말하자면, 점퍼2 : 그리핀 이야기는 영화에 등장한 중요 조연인 그리핀의 뒷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입니다(주인공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인물이죠). 작가 스티븐 굴드도 영화를 위해 쓴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원작과 다른 설정이 들어 가 있습니다.
영화에선 점퍼들과 점퍼를 사냥하는 팔라딘들의 대결이 큰 축인데 비해, 원작에서는 주인공 데이비드가 유일무이한 점퍼로 등장합니다. 팔라딘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소설에서의 시간 축 상, 동일한 시간 배경에 있는 그리핀 이야기에서는 점퍼가 한 둘이 아니라 전 세계에 여러 명 흩어져 있는 영화의 설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큰 차이를 가지게 되더군요.
아무튼, 소설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SF로 무장된 소년 성장 소설'.
심약하고 좀 찌질한(?) 주인공 데이비드가 우연히 점프라는 능력을 쓰게 된 이후로부터 어떻게 심적으로 변화를 겪는가, 연속적으로 닥쳐오는 과중한 슬픔과 충격을 어떻게 이겨내는가, 그리고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가.
결국 비록 점프라는 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따듯한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소년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가가 이 소설의 주된 테마입니다.
이야기의 호흡이 지루해지지 않는 것은 참 좋은데, 그런 면에서 일정 수준의 긴장감이 오래 지속되어 무뎌지는 부분도 있어 아쉬웠습니다. 또한, 액션 장면에 대한 묘사가 너무 갑자기 시작되어 헷갈리는 것도 편집적인 면에서의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볼 만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감각적이고 상세한 시각묘사 덕분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말하자면 '시각적인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면에서 제가 글을 쓰는 타입과 비슷한 것 같네요.
영화와 또 다른 이야기의 점퍼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합니다. 그리고 저 처럼 그리핀을 마음에 들어하신 분들은 그리핀 이야기로 그리핀의 뒷 이야기를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