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값은 밝은 낮엔 AUTO로 놓고 쓰는 게 속 편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조리개우선 모드로 놓고 자동에 맡기는 게 빠른 촬영에 유리하지."
 "그럴 바엔 아예 자동모드로 놓고 쓰는 게 낫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조리개로 조절했을 때 화상에 미치는 변화는 후보정해서 재연시키기가 쉽지 않거든. 빛 갈라짐 표현이나 선예도, 심도 등등 말이야. 반대로 나머지는 노출보정, 노이즈 제거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제어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지."
 "그럼,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되는 건 조리개 값 조절이군요."
 "아니, 구도야."

 반문할 수 없는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그는 그렇게 대답하곤 빙긋 웃으며 내게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모드 다이얼을 돌려 Av로 맞춰놨다. 조절했다고 말하긴 너무 간단한 작업이지만 그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그는 자랑스럽게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다시 내미는 카메라를 무심코 받아 들고 뷰파인더를 쳐다봤다.
 물론 모드 다이얼을 조절한 것만으로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느낌만으로 뭔가 느껴지는 건 있다.

 전원을 올리자 고정되어있는 조리개 수치가 보였다. 렌즈가 그렇게 밝은 건 아니라서 최저 조리개 값 - 즉, 최대 개방수치가 F3.5 까지만 내려갔다.

 "기록사로 일 하려면 앞으로 많은 렌즈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될 거다. 여기서 천천히 배우면서 익혀.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고 사용하는 렌즈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 너만의 사진 찍는 테마를 찾게 되면 그에 맞는 렌즈도 자연스레 알게 될 거고. 일단은 다양한 렌즈를 많이 경험해 봐."
 "고맙습니다."
 "어쨌든 네가 기록사를 시작하겠다고 해서 기쁘다. 진심으로 이 세계에 들어온 걸 환영하마."
 "예. 앞으로 많이 부탁드릴게요."

 그는 빙긋 웃으며 문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 스튜디오 안에서 좀 더 뷰파인더로 좁은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래, 솔직히 정말 좁은 세상이었다.


 그것이 벌써 4년 전의 이야기 -  기록사로서의 내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된 건지 잘 된건지 모르겠다.

 카메라를 집어 들고 그 때와 같이 뷰파인더를 바라본다. 그 좁은 뷰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것은 내가 기록으로 남겨야 할 풍경이 있었다.
 다 낡은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 실패한 임시 위성 도시 지구. 인간이 더 이상 살지 않고, 이제 몇 시간 뒤면 산소 공급 유지 장치도 전원을 내리는 우주 속의 도시다.

 주위엔 나를 비롯한 많은 기록사들이 있다. 인류의 발자취를 생생한 사진으로 기록해 온 우리 기록사들이 이런 미장한 마지막 순간을 놓칠 리가 없다. 하이에나 같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하이에나들이 뜯어 먹은 살점이 나중엔 소중한 기록이 되는 것을 우리는 이성과 감성, 그리고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 정도의 자부심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촬영을 마치고 몰고 온 비행정으로 돌아 왔을 땐 경고 방송이 흘러 나오며 방호복을 착용한 경찰들이 수색 및 대피 안내를 시작하고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우주공항을 뒤로 한 채 이륙한 나는 지구로 자동항로를 설정해놓고 노트북을 펼쳤다. 그리고 조금 전에 찍은 사진들을 카메라에서 옮겨 와 한 장 한 장 천천히 살펴보았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기 위해서다. 난 아직 수많은 기록사들 중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팬들은 생기고 있다. 그들의 기대 수준을 생각해서라도 사진 선별은 신중해야 한다.

 이번에 지구로 돌아가면 며칠 만이더라?
 집에 돌아 가서 얼굴이라도 비출까. 금새 사진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머리 속에 떠오르고 있다.
 아 - 모르겠다. 일단은 피곤하니 몇 시간 자고 일어나야겠다. 그리고 급한 일은 끝났으니 이후의 일은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의자를 최대한 뒤로 눕히고 안대를 쓰자마자 새까만 우주보다 더 어두운 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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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삼기 전부터 사진가를 주인공으로 한 SF를 써보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 위에 쓴 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지구를 배경으로 한 구상도 있고 알 수 없는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한 구상도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관련 없이 별개의 이야기죠.

뭐... 시간 남은 김에 하나 올려 봤습니다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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