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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뜬금없이 데이터 요금제를 신청해달라고 하셨다. 한 달에 기본료 포함 2만원 내외 지불하시는 기본요금제로 데이터를 차단한 채 와이파이에 만 의존하여 스마트폰을 쓰신 지 어언 5~6년 만의 변심이시다. 기쁜 마음에 요금제를 알아 봤고, 적은 용량의 합리적인 데이터 요금제를 찾아 변경해 드렸다. 특히 아버지는 연세가 있으셔서 어머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도 가능했다. 젊은 사람들이 볼 땐 정말 최소한의 데이터 용량이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포털 검색과 내비게이션 사용에는 충분할 것이다. 2G, 3G 몽땅 건너 뛰시고 5G가 목전인 이 때가 되어서야 무선 데이터를 접하시게 되다니. 굉장한 슬로우 어댑터이시다.

결과적으로, 놀랍게도 실제 지불 예상 통신료는 두 분 합쳐서 기본요금제를 쓸 때와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 통신사들도 어르신들을 고객으로 인지하고 그에 맞춰 진입장벽을 낮춘 서비스를 이미 준비해 놓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도 은근히 슬로우 어댑터였다. 5년된 중고차를 첫차로 사서 4년 정도 더 끌고 올해가 되어서야 하이패스를 달았다. 처음 차를 살 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웬 걸. 생각보다 자주 톨게이트를 지나가는 일이 많았고, 그 때마다 일일이 브레이크를 밟아 현금 지불을 하면서 다녔다.

하이패스를 달고 나니까, 아... 너무 편하네. 시간 절약은 거의 없지만, 차를 멈추고 창문 내리고 돈을 주고 받는 행위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이렇게 편할 수가. 단말기도 2만원이 채 안 됐고, 등록도 굉장히 쉬었다. 작고 가벼워서 설치도 쉽고, 시야 방해도 없다. 인식도 날씨와 상관 없이 아주 잘 되더라. 

느리게 신기술을 접하면서 손해보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 상응하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신기술의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면서 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투자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합리적인 통신 요금제나, 나의 저렴한 하이패스가 그러하다.

조금은 느리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찌되었든 나중엔 그 편리함을 얼리어댑터들과 똑같이 누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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