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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포털 뉴스에서 쉽게 소식을 볼 수 있었고, 트위터에는 참여한 사람들의 생생한 감상과 사진, 동영상이 넘쳤다. 사회적으로 눌려있던 그들의 분노와 용감한 표출을 나는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새삼스럽게 놀란 소식은 따로 있었다. 이 퀴어축제가 벌써 18회 째라고 한다. 이 앞에 17번의 시도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오래된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동안에는 전혀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특히 내 체감으로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과 관련된 소식이 다발적으로 들려 온다. 아무 생각없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일주일에 4~5일은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뉴스를 접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과연 이 사회가 갑자기 "혐오의 시대"라고 따로 이름을 붙일 만큼 혐오와 차별을 남발하는 삭막한 사회로 변해버린 탓일까?


나는 이러한 혐오와 차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뿌리깊게 존재했던 것이고 단지 그것이 수면 아래에 억눌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단지 내가 군필+성인+이성애자+남성이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알지 못했을 뿐이다 - 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데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지 모른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 보며 나아가서는 퀴어와 관련된 실상까지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살던 평화롭고 평등하던 세계가, 사실은 보이지 않던 강압과 차별 위에 세워진 것을 부분부분 확인해 가고 있다.


생각을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딸의 출생이다. 평등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사적인 이유가 출발이다. 어쨌거나, 우리 딸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이 씌워진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시중의 여자아이 옷은 분홍-노랑-꽃무늬라는 고정관념이 널려있고 그 안에서 선택을 강요 당하고 있다. 또한, 모 연예인의 말마따나 이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진 아이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가 함부로 차별적인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말하는 평등은, 보편적인 인권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노예가 용납되지 않고, 여성의 투표권이 보장되는 등 인류 역사를 비춰 보면 꾸준하게 그런 흐름으로 흘러 오는 것 같다. 우리 시대의 페미니즘과 퀴어 등의 이슈들도 동등한 인격체로서 인정받기 위한 인권 확장의 시도가 아닐까, 싶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 아니, 꽤 많다. 익숙한 것을 그대로 지키고 싶어 하는 관성 때문에 여러가지 논리와 비논리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다. 쉽게 말하면 마음이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글쎄. 마음의 관성을 이겨내는 것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소한 불편 때문에 평등한 사회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다는 발상은.... 그다지 옳게 보이지도 않고 성공할 것 같지도 않다. 


우리들은 의식적으로 불편한 것을 인지하며 생각을 바꿔야 하는 세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불편할 수록, 우리 딸의 세대들은 발전된 인권의 세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살아 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뭐, 그것 만으로도 불편할 가치는 충분하지 않겠는가마는 :-)


각종 혐오와 차별에 대한 나의 인식도 아직 많은 공부가 필요한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해도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나 내 다음 세대들에게는 여러가지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건 그 핀잔을 이해하고 나를 고쳐 나가는 각오와 다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거기서부터 단단하게 다져 나가는 게 평등을 위한 나의 짧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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