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득 생각해 보니 군대를 제대한 이후로 한 동네에서 그렇게오래 머무른 적이 없었다. 대학생 때는 자취, 졸업과 동시에 시작한 장거리 통근 직장생활, 견디다 못해 회사 근처에서 자취, 결혼으로 먼 신혼집으로 이사, 다시 회사 근처로 이사...

그러고는 우리의 첫 아기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집에서 오래 살게 됐던 것이다.

예상 외로 분양이 변수가 됐다. 마침 아기도 어느 정도 자라났다. 우리 가족은 다시 한 번 이사를 감행해냈다. 먼 거리를 이사하는 건 아니지만, 단 하루에 금전거래와 이삿짐 빼고 옮기고 넣고 정리까지 모두 해 떠있을 동안 처리가 되어야 하는 긴박한 일정이었다. 얼추 잠잘 수 있을 만큼 정리된 건 말 그대로 잠들기 직전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몸에 깊이 스며들 만큼 오래 살았던 그 집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미처 하지 못한 채 황급히 떠나고 말았다. 아쉬움, 미안함, 아련함 같은 감정을 느껴야 하는 의무도 책임도 없지만, 괜히 그런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우리 아가를 받아 주고 자라나게 해 준 집이 아니던가.

지금은 벌써 우리 뒤에 들어 올 입주자를 위해 새단장을 하고 있을 터이다. 그 집에 무심코 흩뿌려 놓았던 우리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어졌을 것이다. 그래. 이왕 그렇게 된 김에 좀 더 홀가분하고 쿨하게 마음에서 보내주자. 그렇게 하는 거야 - 라고 이성이 속삭여도 아직은 그 집에서의 편안한 추억들을 쉽게 놓아 줄 수가 없다.

이사를 하고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이런 게 정들었다는 것인가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
공지사항
Total
62,248
Today
68
Yesterday
93
DNS server, DNS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