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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EVF - 뷰파인더를 들여다볼 일이 많지는 않지만, 간혹 촬영 여건 때문에 한두 번씩 보곤 했는데 최근 들어 부쩍 불편하게 눈에 힘이 들어가긴 했었다.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줄 알고 은근히 렌즈를 의심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 어느 다이얼의 존재. 뿌옇게 초점이 맞지 않는 뷰파인더를 들어다 본 상태로 설마 하는 마음에서 작은 다이얼을 한 단계 손끝으로 꺾어 돌렸다. 눈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명한 화면과 함께 눈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

그 순간에 터져 나온 것은 감탄이 아닌 탄식이었다. 내 눈도 이렇게 노화가 되어가는구나. 올 때가 왔다는 담담함이 반, 나머지 반은 씁쓸함이었다. 그 다이얼은 뷰파인더 디옵터 조절 다이얼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디옵터 다이얼은 그야말로 세월의 시계다. 뷰파인더가 광학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고, 제조사마다 위치의 차이가 있더라도 디옵터 다이얼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조작할 일이 없는 다이얼 1순위이다. 기기를 사서 처음에 자신에게 맞게 세팅한 다음에는 시력에 변화가 있을 때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지금까진 어떤 카메라라도 공장 출하 상태 기본 세팅에서 다이얼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젠 돌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별 생각도 다 들었다. 눈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토비ㅋ 같은 약을 먹어야 되나? 그렇지만, 다이얼이 돌아간 정도를 보면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기도 한 것 같으니까 엄살 부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어쨌든 확실한 건 '시력이 나빠졌다'는 걸 인정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머리 속에서 흘렀다.

한편으로는 평소에 존재감이 없던 디옵터 다이얼이 이렇게라도 나의 사진 생활을 이어가도록 고마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새삼스럽게 발견했다. 이걸 카메라에 처음 넣은 사람은 누굴까? 괜스레 궁금해지기도 했다.

비단 카메라 만이 아니라도, 현대인들은 시력이 나빠질 수 있는 환경에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노출되어 있다. 아주 근거리에서 스스로 빛을 내어 안구에 직접 쏘는 수많은 디스플레이들이 어느 곳에나 자리를 잡고 있다. 좀 더 오래도록 이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눈에 담으려면 시력을 아끼는 습관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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